그것에 관하여
영화 "그것에 관하여"는 점잖은 말로 F-Word 라고 하는 그 단어의 미국에서의 사회적, 문화적,정치적 위치를 살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F-Word의 기원부터 과거의 쓰임새, 이 단어에 대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미국 내의 각계 각층인들의 반응이나 생각, 현재의 모습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기에 해당하는 각종 자료화면 등을 첨가해 보여주면서 흔히 말하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들과 보수적 성향의 인물들의 이 단어에 대한 첨예한 의견 차이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최종적으로 지지하는 쪽은 그 쪽에서도 리버럴리즘을 지향하고 있는데, F-Word 를 막는, 언론의 자유를 막는(다고 주장하는) FCC(연방 통신 위원회)에게 엿을 먹이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지요.

보는 내내 어느 쪽에도 100% 지지를 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었기 때입니다. 다는 아니고 종종 우리나라 YWCA 아줌마들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결국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공익성(F-Word가 해악인가도 논쟁이 물론 있습니다.)의 격차는 그만큼 큰 것이구요.

나중에는 우리나라도 이런거 하나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사실 영어의 그 단어만큼 포괄적인 범용성을 가진 쌍소리가 없더군요. 그렇지만 정서상, 저는 영어의 그 단어보다 식빵이  좋아요.

더 재킷
영화 "더 재킷"은 1991년 걸프전에서 머리에 입은 총상으로 인해 충격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잭 스탁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지만 그 기억상실증 때문에 사건현장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범인으로 몰려서 정신병원에 보내지게 됩니다. 잭은 정신병원에서 닥터 벡커의 이해 약물에 취한체 강제로 재킷을 입고 시체 보관함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고 살인사건 직전에 만났던 소녀 재키를 그곳에서 만나게 되면서 그것이 15년을 뛰어넘은 시간여행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알게된 것은 그가 4일 후 자신이 죽게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때부터는 그는 현실과 미래일지 모를 환상 사이를 오갑니다.

걸프전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충격, 정신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어지는 잭 스탁스의 기묘한 경험들은 분명 영화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갖은 상상과 추측을 하게 되는 이 시간여행은 결국에는 "환상특급"류의 평이한 이야기로 마무리되게 됩니다. 잭 스탁스의 심리적인 상태와 시간이동을 나타낼때의 눈을 사로잡는 비쥬얼도 이 영화가 그저그런 "환상특급" 류의 이야기라는 것을 부정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하구요.

또한, 시체보관소에 갖히는 연기를 위해 실제로 시체보관함에 갖히는 경험을 자청했던 애드리안 브로디의 연기는 정말 뛰어났고 노출 연기를 감행한 키이라 나이틀리, 짧지만 강한, 정신병자 역으로 출연한 다니엘 크레이크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기에 더욱더 안타까움을 더하는 영화입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는 그런 배우들의 열연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거기에 더해 미국 모니터링 시사회 당시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서 대량으로 잘려나가서 못보게 된 키이라 나이틀리의 베드신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쿨럭..)

2008/01/14 - [Movie/Trivia] - [트리비아] "더 재킷"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
영화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은 “이블데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가 감독을 맡고, “진주만”, “블랙호크다운”의 조쉬 하트넷이 주연을 맡은 호러 영화입니다. 호러 영화 중에서도 뱀파이어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의 배경은 매년 겨울이면 30일동안 밤이 지속되는 북아메리카 최북단 알래스카의 마을 배로우입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의 어둠이 지속되는 공간은 뱀파이어들에겐 최적의 공간이죠. 거기에 100명이 넘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영화는 초반부터 뱀파이어를 등장시키는데 그 후부터는 이런 영화가 그렇듯 생존을 위한, 그 위협에 따른 공포가 영화의 주를 이룹니다. 영화는 그런 공포감의 유지 및 표현은 나름 괜찮게 해내고 있습니다. 그에는 사실적인 고어 장면도 한몫하구요.(크레딧을 보니 ‘웨타’가 효과를 맡았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약점은 호러 영화로써의 그다지 새로운 면을 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공포 영화를 그리 많이 보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모습을 자주 느낄 수가 있었으니... 또한, 30일의 기간 동안 숨고 도망가는 상황 외에는 딱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지도 않는 반복이 아쉽구요. 제작 “샘 레이미”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에 비해 그리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는 아마, 이 말이 가장 적당한 영화 같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는 적격이나 그 이상은 아닌 영화’.

미스트
영화 미스트는 스티븐 킹의 단편소설 “안개”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또한, 그간 스티븐 킹의 다른 소설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을 연출했던 경력이 있는 프랭크 다라본트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어느 날 들이닥친 정체모를 안개와 그 안개 속의 정체모를 무엇. 그것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마트에 갖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는 이 영화에서 원작의 것들을 최대한 충실하게 재현해냅니다. 필요에 따른 일부의 각색은 있으나, 심지어 원작의 대사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감독의 그런 의도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원작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이 이야기에서 공포를 조성하는 요소는 안개 속의 정체 모를 그것보다는 그것들에 의해 마트에 갖히게 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밀폐된 공간에 갖힌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에 두려워하며 점점 평상심을 잃어갑니다. 그간의 쌓여있던 감정이 폭발해 서로를 믿지 못하기도 합니다만, 눈앞에서의 죽음을 본 후에는 서로 힘을 합치고 위기를 극복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한된 공간 내에서 시간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결국 편이 갈리게 됩니다. 여기서 그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은 종교에 대한 광신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미친 소리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의 해결책도 없고 희망이 점차 줄어들자 결국은 종말을 외치는 커모디 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녀를 추종하게 됩니다. 인간제물을 바치라고 외치는 그녀와 그의 추종자들의 광적인 모습은 극한의 상황에서 보이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과 그 무서움을 보여줍니다. 원작에서는 이와 더불어 도리에는 어긋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생물이 보이는 종족번식의 본능 역시 살짝 드러내보이기도 합니만 영화에서는 다른 인물들로 대체되어 스쳐지나갑니다. 이성을 잃고 광적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욱 집중케하기 위한 의도인 듯합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원작을 충실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소화해내는 부분도 있었지만, 진짜는 원작과 유일하게 크게 다른 부분. 원작과는 다른 결말입니다. 원작소설에서는 독자나 관객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결론을 열어두는 것을 ‘비겁한 결말’이라고 부르면서도 조금은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확실한 마무리를 지어줍니다. 희망적인 분위기는 없는 비극적인 결말로 말입니다.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슴을 답답하게, 그리고 아프게 만드는 그런 엔딩. 그러한 결말이야 말로 극한의 인간 심리를 크게 드러낸 이야기와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이 세계에서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08/01/14 - [Movie/Trivia] - [트리비아] "미스트"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

"무방비도시"는 드라마 "하얀 거탑" 이후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배우 김명민과 동연령대 여배우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이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무방비도시
영화는 '국제적인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과 이를 뒤쫓는 국내 최고 베테랑 형사들로 구성된 광역수사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김명민은 광역수사대 형사 조대영으로, 손예진은 소매치기 조직의 여보스 백장미로 나옵니다. 영화 개봉전부터, 손예진이 뒷태를 드러내보이며 문신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그녀의 이미지 변신 등이 주요 화제거리였습니다. 그렇다면 손예진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흔히 말하는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대부분 청순함으로 일관되어온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새로운 팜므파탈 적 캐릭터를 시도한 작품이었지만, 말그대로 영 아닙니다. 과도한 섹시미를 억지로 강조하는 듯한 그녀의 표정,말투 등의 모든 연기는 나중에 가서는 코메디 같이 보일정도입니다. 너무 이미지 변신에 집착한 듯합니다.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 물론 좋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손예진이 가장 어울리고 잘하는 것을 넘어서는 이번 작품의 연기는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최악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손예진의 연기도 기대에 못미치지만, 이 영화의 전체적인 모습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홍보부터 소매치기 조직의 범죄를 다룬다던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약점입니다. 거기에 더해 범죄에 모성애에 과거가 얽혀버린 이 흔한 스토리의 영화는 갈피를 못잡고 비틀댑니다. 입봉 감독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자신의 것을 뭔가 보여주고 싶은데 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을 못찾는 것이지요.

그나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을 거치며 연기감이 절정에 있다는 '장과장' 김명민이 애써보기는 합니다. 조대영이라는 캐릭터도 영화가 그렇듯이 그다지 인상적이라거나 특출나지 못하기때문에 그의 몸부림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마지막에 팜므파탈에 당한 남성들이 그렇지만, 찡얼대는(?) 모습이란.. 아,  '장과장'...(참 수트빨은 잘 받아요. 분명히 CF 들어올 것 같은데..)

"무방비도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버렸던 제가 불쌍합니다. 그러고보니, 제목은 참 잘도 갖다 붙여요. 원래 그 이름을 가지고 있던 영화의 절반에 절반만 미쳐도 좋으련만 말이죠.

마법에 걸린 사랑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습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을 통해 그리는 이야기의 마무리입니다. 이러한 디즈니의 고유의 색은 “슈렉”을 위시한 드림웍스 등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비꼬아지고 웃음거리로 전락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2D의 애니메이션을 바라지 않습니다. 결국 디즈니 자신들조차도 2D 애니메이션에 힘을 쏟기보다는 “치킨 리틀”, “로빈슨 가족”, 픽사를 합병하면서 3D 애니메이션으로 그 중심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과거에 영광을 누리던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의 향수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거기에 더해 그러한 과거의 모습을 디즈니스럽게 현실에 맞추어 각색한 영화이구요.

영화의 도입부는 과거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안달라시아라는 동화의 왕국. 숲 속의 집에서 동물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지젤(에이미 아담스 분)과 멋지고 용맹한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던 분). 그리고 그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에드워드의 계모이자 마녀인 왕비(수잔 서랜든 분). 만난지 하루만에 에드워드와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에 들뜬 지젤은 마녀의 꾐에 넘어가 행복의 우물에 빠지게 되고, 현실의 맨하튼으로 오게 됩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

동화의 세계에서 갓 빠져나온 지젤은 현실의 맨하튼에서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사람들은 모두 불친절하고, 그녀를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영화 속에서 지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이상한 모습입니다. 현실의 세계에서 아무 때나 노래를 부르고,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믿는 지나칠 정도의 순수함. 그런 지젤의 모습은 디즈니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디즈니는 지속적으로 우정과 사랑,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며 막을 내리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런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고 미화만 시키는 집단.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애니메이션 왕국이라고 비아냥됩니다. 영화 속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과 사랑이란 그저 한낱 꿈일 뿐이고, 꿈에서 깬 현실은 냉혹할 뿐이다. 영원한 행복은 없다라고 지젤에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지젤은 그에도 변하지 않고, 자신의 믿음을 지킵니다. 자신을 구하러 올 왕자님을 믿고, 진실한 사랑의 키스를, 영원한 행복을 믿습니다. 처음에는 까칠하게 그녀를 바라보던 로버트도 점차 그녀를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됩니다. 아마 디즈니가 바라는 것도 이런 것일 겁니다. 디즈니를 디즈니로 봐달구요. 영화는 그에 그치지 않고 엔딩을 통해 디즈니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를 나타내는데, 각자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서로가 사랑임을 알고 서로의 세계로 넘어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통해 현실적 가치관과 디즈니적 가치관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진정 바라는 것은 하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향한 오마주들(드림웍스의 비꼬기식 패러디가 아닌, 말 그대로 오마주)은 큰 즐거움을 주며, 영화 속의 인물들을 성격을 확실히 정의내려줍니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드림웍스가 자신에게 드리웠던 칼날을 그대로 그들에게 돌려주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또한, 영화는 디즈니의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성공적으로 쓰였던 뮤지컬 형식을 영화에서도 솜씨좋게 표현해내는데 그 중, 지젤이 센트럴 파크에서 로버트에게 불러주는 'That's How You Know‘의 노래와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디즈니다우면서, 흥겨운 노래입니다.

영화 속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를 더욱더 빛나게 해주는 이가 있는데 바로 주연배우 에이미 아담스입니다. 이 모든 시도의 중심에 있는 지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역할이지만, 어려운 역할이기도 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진 말 그대로 동화 속에서 갓나온 순수한 역이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정신나간 여자로 보일 수도 있지요. 에이미 아담스는 그런 지젤 역을 너무도 훌륭하게 소화해내었습니다. 영화 내내 에이미 아담스를 보면 짓게 되는 미소. 그녀의 연기와 매력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그저그런 디즈니식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에이미 아담스, 새로운 ‘신데렐라’로 기대해도 될까요?

에이미 아담스

디즈니의 매너리즘을 비꼬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최근들어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자기자신에게 돌아와 그들 스스로가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디즈니는 비판받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보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비판을 받았던 전형적인 '그리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습니다' 라는 디즈니식 엔딩까지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 일 수 있는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입니다. 디즈니?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2008/01/14 - [Movie/Trivia] - [트리비아] "마법에 걸린 사랑"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
2008/01/07 - [Movie/Trivia] - [프리뷰] 2008년 1월 둘째 주 스테판's Must See Movie : 마법에 걸린 사랑
2007/12/24 - [Movie/Trivia] - 슬래쉬필름 선정, 2007년 최고의 영화 25선!
2007/12/22 - [Movie/Trivia] - 무비폰 선정, 2007년 최고&최악의 영화들
2007/10/25 - [Movie/News] -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 새 포스터 공개
2007/10/07 - [Movie/News] -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 예고편 공개
2007/10/06 - [Movie/News] -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 포스터 공개
2007/08/26 - [Movie/News] - 디즈니의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 해외 포스터 공개
2007/08/16 - [Movie/News] - 디즈니의 "Enchanted" 포스터 공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우리나라 여자핸드볼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열악한 국내 핸드볼 사정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자핸드볼 최강이던 덴마크에 맞서 2차 연장까지 간 끝에 승부던지기로 값진 은메달을 땄던 그 이야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불과 몇 년전 보고 들었던 이 일화는 보는 관객에게는 무척 익숙한, 그래서 친숙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마저 익숙합니다. 이런 스포츠 드라마 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이야기의 순서, 인물관계, 갈등 등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신선하다거나, 그리고 더 나아간 모습은 없습니다. 즉, 핸드볼이 아닌 야구, 농구, 축구 등의 다른 단체종목으로 대체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그에 대한 극복이라는 하나의 줄기가 있지만, 그런 갈등 요소는 다른 어떤 요소로 대체하더라도 별 무리는 없거든요. 사실 영화 속에 보이는 것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숙의 안타까움에서 느껴지는 것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종목에서 오는 설움보다는 개인적 가정사의 슬픔이니까요. 다른 선수인 정란은 남편이랑 식당 잘 하구요.(뭐, 살짝 그녀의 아픔도 언급을 합니다만.)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얼개가 조금 아쉬운데 예를 들어, 팀의 갈등과 그에 따른 융합 과정이 그리 잘 드러나지 않고 그냥 이리저리 해서 해결이 되는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그 후 바로 설명없이 바로 아테네 올림픽 준결승으로 넘어가는 것도 그렇구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프랑스와의 준결승과 이어지는 덴마크의 결승전입니다. 일화는 익숙하지만, 비인기종목이기 때문에 핸드볼은 관객에게 익숙치가 않지요. 그렇기에 그것이 조금 멀리 다가올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칩니다. 감독이 영상에 크게 신경쓴다거나 촬영에 기교를 부리는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이 TV홍보에 나와서 말하던) 핸드볼 경기의 역동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합니다. 굉장히 밋밋하다고 할까요. 분명 그 부분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일텐데, 저에겐 영화에서 가장 지루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이런 부분들은 조금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흥미를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하거든요.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씨의 연기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엄태웅 씨는 이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인물인지라 일명 ‘엄포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실망이지 않을까 합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전에 “우리 동네” 리뷰의 마지막에도 썼던 말이지만, 배우들이 온갖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면서 홍보하는 우리영화치고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 없다라는 제 개인적인 판단에 다시금 힘을 실어준 영화였습니다.

그르바비차

영화 "그르바비차"는 최악의 인종청소라고 불리워졌던 보스니아내전. 그 후에 남은 여성들의 아픔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당시 전쟁중에 2만여명이 남는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고, 그로 인한 상처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사라예보의 그르바비차에 사는 에스마는 사라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입니다. 사라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이구요. 사라의 학교에서는 이번에 수학여행을 떠나는데, 그 비용으로 200유로가 필요합니다. 가난한 삶이지만, 그런 딸을 위해서 그녀는 야간에 클럽에서 서빙까지 하며 돈을 모읍니다. 사라는 학교에 아버지의 '전사자 증명서'만 가져가면 수학여행비가 무료라고, '증명서'를 떼오라고 하지만 에스마는 어물거리며 미룰 뿐입니다. 사실 사라의 아버지는 내전에서 전사한 보스니아 군인이 아니라 성폭행을 일삼던 세르비야 군인이었고, 사라는 그 때 생긴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거의 아픔을 가진 에스마 였기에 영화 속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어지는 그녀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딸과의 장난 중에도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불쑥 화를 낸다거나, 버스 안에서 남자를 보고 느끼는 두려움, 클럽에서 서빙 중 보는 남자와 여자의 야릇한 몸짓에 탈의실로 들어가 진정제를 먹으며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이런 상처는 에스마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딸인 사라 역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항상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자랑스런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사라인데, 어머니의 행동은 수상할 뿐입니다.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아버지의 '전사 증명서'가 아니라 200유로를 내고 간 날, 사라는 어머니에게 감정이 복받친채, 아버지에 대해 말해 달라고, 총을 겨눕니다. 10여년전 행해졌던 전쟁의 총부리가 이제는 어머니와 딸에게 다시 되물림 된 것입니다.

딸에게 진실을 이야기 해준 어머니 에스마,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된 딸 사라. 모두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처로 생긴 그 벽 앞에서 잠시 소홀해진 둘이지만, 수학여행을 떠나는 그 마지막에서 둘은 화해의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 때 흘러나오는 흥겨운 노래는 이들의 미래가 희망차길 바라는 감독의 또다른 제스쳐일 것입니다.

영화는 내내 특별한 과장이나 기교없이 담담하게 이 두 모녀의 상처와 아픔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 담담한 시선이 오히려 이 영화의 진심에 더 가슴 아프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나도 끝나지 않는 그 가슴 아픈 전쟁의 상흔들. 저 역시 전쟁이 지나간 땅의 그녀들이 되풀이되는 전쟁의 상처와 비극에서 벗어나 즐겁게 노래부를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P.S 영화에서 사라와 그 친구가 폐허같은 건물에 가는 것을 보고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이 떠올라서 혹시 자살이나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도(?) 아니더군요.

꿀벌 대소동
영화 "꿀벌 대소동"은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슈렉" 시리즈의 드림웍스가 내놓은 3D 애니메이션 입니다.

썩소(?)를 날리고 있는 녀석이 영화의 주인공인 베리 B. 벤슨이라는 꿀벌입니다. 대학까지 졸업한 꿀벌 베리는 꿀만드는 일, 2억 7천만년 동안 이어져내려오던 그 일을 평생을 해야 한다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인간들이 악랄한 방법으로 자신의 동족들이 만든 꿀을 훔쳐서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는 인간을 고소하게 됩니다. 승소한 벌들은 인간들이 사용하던 꿀들을 모두 회수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이상 꿀을 만들 필요가 없는 벌들은 일을 하지 않게 됩니다. 더이상 벌들이 꿀을 모으지 않으니, 그 과정에서의 꽃가루를 통한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아 나무와 꽃들이 하나둘 시들어갑니다.

"꿀벌 대소동"은 북미에서는 작년 10월에 개봉했는데, 이야기가 그보다 4개월 앞서 개봉했던 픽사의 "라따뚜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라따뚜이"에서는 레미라는 쥐가, "꿀벌 대소동"에서는 베리라는 벌이 자신의 종족들의 삶보다 자기의 꿈을 찾아나선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 결과입니다. 레미는 결국은 요리사가 되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종족의 삶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삶을 성취했다면, 베리와 벌들은 자신들의 삶의 틀 안에서 그 의미를 깨닫고 살아갑니다. "라따뚜이"의 결말과 비교하면, 사람들의 기대 심리와는 조금 떨어진 방향으로 귀결되지요.

"꿀벌 대소동"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답게 영화에서 디즈니-픽사를 비꼬고 있습니다. 자동차 유리창에 널부러져 있는 무당벌레 등의 곤충/벌레들은 픽사의 '벅스 라이프'를 의도한 것 같으며, 벌들이 계속 '못 된 곰, 사악한 곰' 이라고 주장하던 곰은 끝에 가서는 결국 디즈니의 푸우로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정말 짓굿군요~

영화는 위와 같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생각치 못할 신기한 벌들의 세계(꿀을 만드는 공장, 자동차,TV 등)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그 벌들의 세계에 대한 처음의 호기심이 지워지고 나면 그 뒤를 이을 유머나 이야기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픽사라는 동종 업계 1위의 그 큰 아우라 때문이기도 한데 픽사만의 창의적인 이야기, 아이와 어른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들에 비해, 드림웍스는 여전히 부족해보입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실에 대한 일종의 비판과 고발, 비틀기는 할지 몰라도요. 그것을 드림웍스 3D애니메이션의 특징으로 지속적으로 유지시키에는 버거워보입니다. 대표적 프렌차이즈인 "슈렉"시리즈도 그런 현실, 디즈니 비틀기가 시리즈가 갈수록 점점 쇠약해지고 인상을 주지 못하게 되니까요.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에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해보입니다. 더불어, 3D 애니메이션계에서 픽사가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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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후아유
"Mr. 후아유"는 포스터나 영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장례식이 배경인 영화입니다. 장례식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모를 엄숙함과 진중함을 생각케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런 배경적 상황과는 다른 코믹함이 가득합니다.

영화는 관이 바뀐 황당한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전체 영화의 황당함과 코믹함을 알리는 전조입니다.

영화를 이끌어갈 죽은 아버지의 아들들과 친구들, 친척들이 하나씩 모이는 과정을 통해서 영화는 이 사람들이 특별히 정도를 넘어선 괴짜이거나 하지 않는 나름 평범한 13명들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라는 특성상 약간의 과도함은 있지만요. 하지만, 이런 이들이 장례식 장에 모이게 되면서 엄숙해야 할 장례식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장례식 추모사를 읽을 둘째 아들에게 계속 주변에서는 잘나가는 소설가인 첫째 아들이 왜 추모사를 쓰고 읽지 않냐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런 잘나가는 형은 비싼 비행기 1등급 좌석을 타고 왔으면서, 돈이 없다고 장례식 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합니다. 거기다 친척의 남자친구는 맛이 간듯 흐느적거리며 소동을 피우고, 신부님은 다음 급한 일이 있다며 장례식을 빨리 치루자고 성화며, 웬 이상한 남자는 아버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해댑니다.

영화는 13명의 등장인물들의 서로 얽히고 얽힌 이야기를 통해서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 웃음은 순간순간의 상황만을 강조함에 따른 웃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어지고 설정된 이야기와 장치에 따라 맞아들어가는 웃음입니다. 그로 인해서 그 웃음의 강도와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그런 웃음에 또하나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장례식이라는 배경적 설정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엄숙해야될 그 장소에서 연속적으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바로 그 엄숙함을 깨게 하는 정반대의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긴장감과 일종의 쾌감을 제공합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에 끊임없이 폭소를 자아내지만, 아쉽게도 마지막의 주제를 표출하는 부분이 조금은 뜬금없어 보입니다. 실컷 웃다가 갑자기 맥이 뚝 끊어지는 느낌이랄까요.(사실 실제로도 소리내어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게되었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있지만, 영화는 말 그대로 웃음폭탄을 날리는 영화로 정말 즐거운, 웃긴 영화입니다. 심지어 주제를 나타내는, 맥이 좀 끊기는 부분을 지나면 마지막 마무리에서조차도 빅재미를 선사해줍니다. 정초부터 시원하게 웃겨주는 영화 "Mr. 후아유"입니다.

영화 보실분들은 약병의 활약을 주시하세요.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는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글레디에이터", "블랙호크다운" 등을 만든 70세 거장 노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갱스터 영화입니다. 거기에 더해 두 명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아메리칸 갱스터
영화는 기존의 갱스터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폭력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 후 이어지는 범피의 마지막에서 범피는 도매상을 위협하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바로 잇게 만드는 대형 할인마트를 두고 혀를 찹니다.  하지만 범피가 죽은 후,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 분)는 그와는 전혀 다른 사업방식을 택합니다. 바로 그 대형 할인마트를 자신의 사업에 벤치마킹하는 것입니다. 그는 마약거래에 있어서의 중간단계를 없애고 베트남으로 날아가 직접거래를 성사시킵니다. 그를 통해 순도 높은 마약을 더 싸게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점차 마약판매시장을 지배해나갑니다. 루카는 사업방식에 있어서는 기존의 범피의 방식에서 획기적인 방법으로의 변혁을 꾀했지만, 범피의 모습을 그대로 잇기도 합니다. 마약 사업으로 번 돈을 할렘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는 구제사업을 통해, 할렘의 구세주, 할렘의 대변인으로 떠오르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의 이러한 모습으로 인해 영화는 기존의 갱스터 영화의 폭력성을 자주 비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프랭크 루카스는 돈을 은행에 예치시키고 마약 사업 외의 사업에도 돈을 투자하여 자기 사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등. 모르는 사람은 그를 점잖은 사업가로 알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그런 그의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런 그의 이중성을 "대부"를 연상케하는 방법으로 드러냅니다. 너무도 유명한 "대부"의 세례식 장면, 조카의 대부를 맡기 위해 세례식에 참여한 마이클. '당신은 악마의 유혹을 멀리하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마이클은 '예'라고 대답하지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는 마이클의 명령으로 적대세력 보스에 대핸 살육이 시작되고, 교차편집으로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또한, 그에 앞서서 "대부"의 처음 결혼식 장면에서 이미 마피아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프랭크 루카스가 마약사업으로 번돈으로 집을 사고 가족을 불러들여 단란한 식사를 하는 모습과 그가 판 마약으로 피폐해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루카스의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이 영화에 대해 흑인판 "대부"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루카스의 사업형태가 시실리 마피아들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루카스는 사업을 크게 벌려나가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불러들여서 일을 맡깁니다. 시실리 마피아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패밀리'라고 부르는 것의 유래도 역시 시작은 그것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루카스는 '가족'을 강조하며, '근본'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대부"의 시실리 마피아들과 다른 점은 '가족'은 끝까지 가족이었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는 루카스의 이중성만을 다루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또다른 주인공인 리치 로버츠(러셀 크로우 분)의 모습에서도 이중성은 드러납니다. 범죄자가 소유하고 있던 100만 달러의 현금을 망설임없이 상부에 보고하고, 뇌물 등은 받지 않는 강직한 형사 로버츠. 하지만 그의 공적인 생활과 달리 사적인 생활은 평탄치 않습니다. 업무에 쫓기면서 가족과 소홀하기 일수이고, 바람피는 것이 일상생활인 모습입니다. 이처럼 로버츠는 그 모습에 있어서는 루카스와는 정반대의 이중성을 가지는 인물입니다. 루카스는 사적인 모습에서는 모범적인 가장, 친절한 남편이지만 공적으로는 마약사업을 하는 인물. 로버츠는 공적으로는 청렴결백하고 굳건한 형사지만 사적인 생활에서는 가정에 충실치 못한 불량남편, 불량아버지.

영화는 입장에서나 사생활에서나 대비되는 두 인물을 교대로 보여주면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큰 굴국이 없는 내러티브를 보완하고 다르면서도 닮은 이 둘을 번갈아 보며 보여주는 과정에서 영화는 또 하나의 이중성을 보여줍니다. 바로 미국이란 국가가 그것입니다.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겠다며 민주주의의 수호자처럼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은 그 이면은 부패와 타락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도덕성을 잃어버린 경찰들과 그로 인한 뇌물과 비리.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관속에 사람들을 타락에 빠지게 할 마약을 숨겨들어오는 모습은 그러한 미국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화는 루카스와 로버츠, 그리고 미국의 추악한 이면을 보여주면서 클라이막스로 향합니다. 루카스가 가장 윗선임을 안 로버츠는 집요한 추적 끝에 결국 그를 잡습니다. 또한, 루카스를 통해서 부패한 경찰들을 일거에 소탕하는 큰 쾌거를 벌입니다. 말 그대로 통쾌한 마무리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은 그것이 아닙니다. 형기를 만료하고 출소한 루카스 앞에 펼쳐진 모습은 '마약을 하자'는 랩송이 흘러나오는 미국의 모습입니다. 루카스의 말대로 루카스가 사라지더라도 마약에, 부패에 절어있는 미국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씁슬한 현시대의 미국의 자화상인 것입니다.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는"는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 거장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이 빛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덴젤 워싱터과 러셀 크로우,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빛난 영화이기도 합니다. 뒤에서는 마약업계의 대부지만 들어나는 면에서는 말그대로 성실한 사업가이자 가장인 프랭크 역을 소화해내맨서도 중간중간 분노를 표출해내는 강함을 선보인 덴젤 워싱턴. 그리고 강직한 형사로서 마약 소탕을 위해 목표물을 놓치지않고 조준하며 달리는 러셀 크로우. 분명 이 영화를 이끄는 큰 축임에 분명합니다.

이처럼 "아메리칸 갱스터"는 2007년의 마지막 주에 개봉한, 그럼에도 200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환상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블레이드 러너" 이후 나의 영화에 대한 창의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말이 인간사 3대 거짓말과 동급인('늙으면 죽어야지', '이거 밑지고 파는거예요', '결혼안해'), 아니 그 이상의 거짓말임을 알리는 영화입니다.

P.S 엔딩 크레딧이 끝나면, 예고편에서 보셨던 장면이 마지막으로 나옵니다.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때? 죽이지?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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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한해 한국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한다면 장르영화 , 그 중에서도 스릴러가 많이 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리턴","검은집","세븐데이즈", "우리동네" 등.  "가면"은 그런 올한해 한국영화의 흐름을 마무리하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가면
영화 "가면"은 올한해 만들어진 한국 스릴러 영화 중 "세븐데이즈"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우리나라 관객이 많이 접하고 익숙해진 미드의 시각적인 면이나 편집의 영향을 받아 소화한 영화임에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세븐데이즈"가 마지막 법정의 모습에서, "가면"은 경찰서의 모습에서 보이는 현실과는 다른 모순도 비슷합니다. "세븐데이즈"가 그런 보여지는 면 안에 모성애적 코드를 집어넣었다면, "가면"은 동성애적 코드와 우리사회에서의 시각, 군대내에서의 성추행/성폭행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류의 스릴러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범인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고 호기심을 이끌어내느냐, 거기에 곁들여 범인에 관련된 일종의 반전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면"은 그런면에서는 부족해보입니다. 영화 중반부에 이미 쫓는 인물이 누구일것이라다는 것을 너무 크게 알려버리면서, 그 후로는 스릴로서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지를 못합니다. 더 이상 스릴러의 면모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크레딧 직후에 보여지는 영상은 반전으로 다시 한번 스릴러로 회귀하려는 듯한데, 이미 늦었습니다. 그에 어느정도 일조하는 것이 조경윤(김강우 분)을 연모하는 동료형사 박은주(김민선 분)의 캐릭터인데, 그녀의 캐릭터 때문에 긴장감이 끊어진 중반부 부터는 조경윤과 박은주, 그리고 차수진(이수경)의 관계에 오히려 더 관심이 가게 만듭니다. 속으로는 사랑을 키우면서, 겉으로는 동료인 척 하는 박은주의 캐릭터가 또다른 '가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영화 "가면"은 주연배우의 김강우 씨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영화입니다. '스릴러를 표방한 멜로'. 이미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범인이 밝혀지고, 진행되는 엔딩 역시 그러한 정의에 부합합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사회성 짙은 소재로 스릴러적 면모를 보이던 영화가 멜로로 귀결되는 모습은 스릴러를 기대하고 간 관객에게는 실망을 안겨줄 뿐입니다.

"헨젤과 그레텔". 너무나도 유명한 동화입니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남매가 주인공이고, 숲 속에 마녀가 과자로 지은 집이 등장하는. 영화 "헨젤과 그레텔"은 제목에서 보실 수 있듯이 그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입니다.

헨젤과 그레텔
영화는 동화적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시각적으로 신경 쓴 티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처음의 신선함이 걷히고 나면 그 뿐입니다. 딱 동화적 분위기, 그 이상을 보이거나 극대화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 역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영화 속에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의심을 일으킬 장치는 다양하게 마련해놓습니다. 그러한 장치가 다분히 반복적인 것을 제하더라도 이끌어내는 내는 결론이 실망스럽니다. 흔히 말하는 떡밥을 잔뜩 뿌려놓았는데 나중에 가서는 스스로 해결을 못하고, 한방에 모든걸 다 밝혀버리는 식입니다. 영화 속에서 은수(천정명 분)가 아이들에게 자기의 상황을 빗대어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결말을 물어봅니다. 은수는 모른다라고 대답하지요. 이 영화가 그런 모습입니다. 또한, 변집사(박희순 분)의 캐릭터가 그다지 개연성이 높지 않습니다.다음의 메인을 보니 '헨젤과 그레텔 감독, 민감한 소재 조심' 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더군요. 흔히 말하는 노이즈 마케팅 적 측면이 아니라면, 굳이 그런 캐릭터 설정이 필요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거기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 역시 실망입니다. 흔히 말하는 전체적인 배우들의 앙상블이라는 것이 있는데, 영화 속의 은수-아이들-변집사부부-부부의 그 앙상블이 최악을 달립니다. 영화의 마무리 역시 이 실망적인 분위기에 깔끔한 마침표를 더하는데. 예전에 방영됐던 환상특급이나 다른 여타 현실과 환상의 혼란이 오는 이야기에서 흔히 나오는 엔딩을 그래도 취하고 있습니다.


2007년의 마지막 한국영화는 또 이렇게 실망감을 주고 맙니다. 2008년 새해에는 정말 재밌다. 좋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영화가 나와줬음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은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만 분)이라는 243세(라고 주장하는)노인이 경영하는 기상천외한 장난감 가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만가지가 넘는 장난감들이 제각각 살아있는듯이 움직이고, 원하는 장난감은 모두 다 나오는 거인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왔던 다이얼을 돌리때마다 공간이 바뀌는 문까지... 신기한 것으로 가득찬 장난감가게입니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또다른 주인공 몰리 마호니(나탈리 포트만 분)는 어릴 적에는 천재로 불린 피아니스트였나 23세가 된 지금까지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여전히 '몰리 교향곡 1번' 작곡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마고리엄백화점의 아르바이트생입니다. 마고리엄은 그런 몰리에게 가게를 물려주려고 하지요. 몰리를 맡은 나탈리 포트만은 역할 그대로 참 착하고 순수하게 보입니다. 직전에 봤던 "다즐링 주식회사"에서의 짧은 등장 속에서도 카리스마와 무게감을 풍기던 나탈리 포트만이기에 같은 인물인가 할 정도의 모습입니다.(심지어 머리스타일도 똑같은데!) 영화 속에서는 어릴때는 천재로 불리웠던 피아니스트였지만, 현실의 13년차 배우로 그녀는 과거나 지금이나 재능이 넘쳐납니다. 그렇기에 그나마 뻔한 캐릭터를 지탱할 수 있겠지요.

영화는 기본적으로 볼거리에 치중을 하는 편이고, 그렇게 장난감들의 다양한 모습과 효과는 흥미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마고리엄의 정체 자체가 베일에 싸인체로 나가는 드의 배경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전체적인 개연성이 부족해보입니다. 그냥 'Magical'이라고 이해하하고 넘기기에는 좀 그렇지요. 또한, 마고리엄,몰리,헨리,에릭의 주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다 스테레오타입의 인물인지라 캐릭터적 매력도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들의 각각의 이야기도 하나의 줄기로 같이 엮어지기에는 번잡스러워 보이구요.

'장난감가게'라는 배경에서 보실 수 있듯이 영화는 가족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같이 보는 어른들까지 커버하기에는 부족한 영화입니다. 즉, 아이들의 판타지는 충족해줄지언정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되지 못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을 보시면, 수많은 장난감 협찬 회사 명단을 보고 놀라실수 있습니다. 그리고, 크레딧이 다 올라가면 그다지 내용은 없는 아주 짧은 쿠키영상을 보실수 있습니다.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해인 1914년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이야기에 관한 내용은 간단히 '1914년 크리스마스'라는 검색어로 검색사이트 등에서 검색을 해보시면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영화의 배경은 1914년,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 지대로, 독일군과 프랑스, 영국군은 채 100m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각각 참호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던 중 다가온 크리스마스 이브, 영국군들의 노래, 그리고 팔머 신부(게리 루이스 분)의 백파이프 연주로 인해 조성된 분위기는 슈프링스(벤노 퓨어만)의 캐롤로 이어지며 세나라 부대간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들은 참호 사이의 중립 무인지대로 모두 모여나와 크리스마스를 즐기며 팔머신부의 집전아래 크리스마스 미사도 드립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서로를 느낀 그들이 다시 총부리를 겨눌수 있을까요?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그들은 암묵적인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합니다. 결국 이를 알아챈 각국의 상부는 부대를 해체하고, 그들을 다른 전선으로 모두 보냅니다.

영화는 전쟁의 상처나 아픔을 크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속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더 나아가 평화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오드베르 중위(기욤 까네 분)가 자신을 질책하는 아버지이자 장군에게 "당신들보다는 바로 우리 앞에 있는 독일군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고 하는 말이나 성경의 말씀을 유리한대로 해석해 전쟁을, 살육을 부추기는 주교의 강론에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를 내려놓고 나가는 팔머 신부의 모습은 주제를 가장 크게 드러난 모습입니다.

잔잔한 영화의 흐름과 서로를 하나되게 하는 음악 속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와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마지막으로, 포스터에는 "트로이", "카핑 베토벤", "내셔널 트레져"로 유명한 다이앤 크루거가 크게 부각되어있지만, 사실 그녀의 배역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실망하실 다이앤 크루거 팬들에게 말씀드리자면, 대신에 그녀의 살짝의 노출씬이 있습니다. 흠흠..

또한, 이 영화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은데... 모두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되세요~!

각종 TV쇼, 만화영화, 음반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음반판매량 4300만장, 골드 플래티넘 음반 12장, 관련상품매줄액 75억불을 기록 중인 세명의 줄다람쥐들. 사이먼,앨빈,테어도르.

그런데 전 얘네들을 모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모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배경에 스쳐지나가는 스폰지밥은 알겠지만.

앨빈과 슈퍼밴드
어찌됐든, 영화는 이 세명의 말하는 줄다람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숲에서 다니엘 파우터의 'Bad Day'를 부르며 겨울 식량 준비를 하던 이 세마리 줄다람쥐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베어진 나무를 따라 도시에 오게 됩니다. 별 볼일 없는 작곡가 데이빗(제이슨 리 분)을 만난 이들은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 세마리 줄다람쥐은 그들을 아끼고, 진정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이빗 대신에 감언이설과 선물공세를 쏟아붓는 프로듀서 이안(데이빗 크로스 분)의 유혹에 넘어가 그저 끊임없는 상업적 용도로만 쓰여지는 고생을 하게 됩니다. 뒤늦게 세마리 줄다람쥐의 소중함과 가족애를 느낀 데이빗은 그들을 찾으려 노력하고, 줄다람쥐들도 데이빗을 그리워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미국애들은 잘 안다는) 'The Chipmunk Song'(..이 노래 신납니다.), 'Withch Doctor' 외에도 우리에게도 익숙한 다니엘 파우터의 'Bad Day', 모핸드폰 CF로 유명해진 푸쉬캣돌스의 'Don't cha', 보니 M의 ‘Funky Town' , 'Only You'가 세 마리 줄다람쥐의 귀여운 목소리로 흘러나와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단순히, 귀여운 목소리만 승부한다면 아무 소용없겠지요. CG로 표현된 세 마리 줄다람쥐들의 모습은 더욱 귀엽습니다. 특히나 순박하고, 마음 여린 테오도르!

하지만,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몸개그들이나 유머장면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편입니다. 영화 내용도 그리 특출나거나 신선한 것은 아니구요. 기획사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이돌 가수들을 풍자하는, 이안에 의해 휘둘러지는 불쌍한 줄다람쥐들의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개략적인 이야기에서 보실 수 있듯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아이가 포함된 가족을 위한) 영화입니다. 즉, 사랑하는 아이, 조카 등을 동반하고 볼 영화지, 성인들끼리 보러 갈 성격의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 점만 사전에 인지하신다면, 나름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찌됐든, 쟤네들 너무 귀여워요.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에단 호크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자신이 감독,각본,배우까지 도맡아 한 영화입니다. 그가 쓴 이야기니 이 속에 에단 호크의 자신의 모습이 어느정도 투영되었을 거란 생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소년의 일종의 성장담입니다. 정확히는 첫사랑(진정한 의미의 첫사랑)의 실연을 통해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우 지망생 윌리엄은 뉴욕에서 지내던 어느날 가수 지망생 사라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 둘의 사랑은 점차 깊어지고, 영화 촬영차 같이 간 멕시코에서 둘은 너무도 좋은 시간을 지내고,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합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돌아온 사라는 변해 있었습니다. 나중에 사랑하는 감정이 식으면 어떻게 될까 하며 하던 장난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이 둘의 모습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젊은 시절의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서툴지만 불같이 타올랐던 사랑, 그러나 식어버려 밀쳐내고 떠밀고 오히려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그런 사랑말입니다. 윌리엄은 변해버린 사라 앞에서 절망에 빠집니다. 그리고 찾은 곳은 8살 이후 보지 못했던, 아버지가 있는 곳 텍사스입니다. 감독에 각본에 배우까지 맡은 에단 호크는 역시나 먼저 산 사람의 현명한 말씀을 한 마디 남기며, 방황하는 아들이 스스로 일어설수 있게 도와줍니다.

The Hottest State. 텍사스의 그 뜨거움을 윌리엄은 닮았습니다. 그의 사랑도. 이제 그런 뜨거운 사랑은 과거로 묻어두고, 윌리엄은 혼자 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윌리엄은 이제 어른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같은 윌리엄의 사랑과 아픔을 돋보이게 하는데에는 음악이 있습니다. 그래미상 수상자인 작곡가 제시 해리스가 맡은 영화의 음악은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그들의 감정을, 관객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자신의 뜨거웠던 사랑을 반추해볼 수 있는 영화, "이토록 뜨거운 순간"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속편의 공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작의 흥행성은 유지하되, 판은 더 크게!'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이하 비밀의 책)은 그 공식을 잘 따르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전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시작은 링컨이 암살되던 그 날을 보여주며, 영화에서 어떤 음모론을 풀어나갈지를 보여줍니다. (게이츠 가문은 참 많이도 얽혀있습니다.) 전작에서 사랑하는 여자도 얻고, 발견한 보물로 인해 돈도 번 주인공들은 이제는 집에서도 쫓겨나고, 세금탈루혐의로 사랑하는 페라리도 빼앗긴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때, 링컨 암살범인 존 윌커스 부스의 찢어진 일기장 조각이 발견되게 되면서 링컨 암살범의 배후로 영화 가장 처음에 나온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 분)의 고조부인 토마스 게이츠가 지목되게 되고, 벤은 그런 오명을 씻기 위해 다시 단서들을 쫓게 됩니다.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
그 후, 적과 단서를 찾기 위한 승부를 벌이고 적에게 아군이 납치도 당하고, 마지막에는 퍼즐을 모두 풀고,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위에도 언급했던 전작과 같은 흐름입니다. 헐리우드 속편들이 그렇듯이 이런 유사한 흐름에서 올 진부함을 막기 위한 방식이 바로 스케일을 키우는 것인데, "비밀의 책"에서는 전작에서 아쉬운 소리를 들었던 액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 런던에서의 자동차 추격씬입니다. 도쿄 프리미어 후 "본 얼티메이텀"과 너무 비슷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던 그 장면입니다. "본" 만큼은 안되지만,(영향은 확실히 받은) 영화 중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고 영화 중반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임팩트를 주기에는 충분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단원의 막을 올릴 부비트랩은 퍼즐적 요소가 신선함이란 측면에서는 아쉽지지만, 그 역시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또한, 영화는 전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을 곳곳에 집어넣어서 전작과의 연계성을 강조했고, 라일리 풀(저스틴 바사 분)의 시덥잖은 유머도 그대로여서 즐거움을 줍니다. (전작보다 개그치는 장면이 더 많아졌습니다.) 헐리우드 특유의 가족주의 코드를 삽입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전작에도 그러했듯이, 음모론 자체가 황당한 일이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입니다. 이번 작에서도 역시 미국의 역사에 관련한 음모론으로,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부분이라 어색할 수도 있지만, 링컨이라는 너무도 유명한 대통령에 얽힌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질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잘 몰라도 영화보는데는 지장없습니다. 결국은 그네들도 잘 모르는 과거 아메라카대륙 문명의 보물 ㅣ이야기로 흘러가니까요.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이어지는 단서들을 따라가며 벤 게이츠와 그의 일행들의 모험을 즐기는 일 뿐입니다. 결말은 다들 예상하시겠지요?

항상 느끼는 점이 헐리우드 영화는 관객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래서 그것을 꼭 집어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할지라도 큰 재미를 주는 것이지요. "비밀의 책"은 말 그대로 헐리우드가 가진 그런 오락성을 잘 이용한 영화입니다. 관객을 극장 의자에 푹 파묻고 진지하게 사색하고, 고뇌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팝콘, 콜라, 맥주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서 그냥 즐기고 오는 영화.

'47쪽'의 의문을 관객에게 남기고 막을 내린 "비밀의 책"은 분명 후속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3,4편 이어져나갈 현대판 '인디아나 존스' 로서의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를 기대해도 될 듯 합니다.

P.S 라일리 풀과 벤 게이츠가 비밀의 책을 볼때, 라일리 풀이 또 끼어들면서 '오 케네디 암살 사건' 이라며 관심을 보이자(..물론, 그전에 에어리어 52도 그랬지만) 벤 게이츠가 무시하며 넘기지요.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오..멍청한 라일리.. 이미 벤은 알고 있잖아, 나중에 벤한테 물어봐. "더락" 안 봤어?"

2007/12/18 - [Movie/Trivia] - [프리뷰] 12월 셋째주 스테판's Must See Movie :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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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한숨. 한숨.

소설, 만화등과 같이 기존의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옮길때는 두가지 선택이 존재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충실히 따르느냐, 아니면 과감히 내용을 삭제, 추가하느냐.

영화 "황금나침반"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쪽을 택했습니다만, 말 그대로 원작을 그대로 따르려다보니 모든 내용이 축약된 한권의 요약본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의 특성상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게 되는데, 그 세상에 대한 이해가 되도록 할 적절한 설명이 존재해야합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의 현실과 다른 가장 독특한 부분은 '데몬'이라는 존재인데, 영화는 그저 우리네와 달리 영혼이 '데몬'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초반 나레이션으로 설명할 뿐, 그 후에는 그에 대해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인터시전'이 왜 그렇게 치명적인가라는 가장 큰 물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살짝 스쳐지나가지만 다른 사람이 남의 데몬을 만지는거에 대해서 왜 놀라워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 배경적 요소 중 원작에서는 교회를 등장시키고, 그에 대한 문제와 또한 '더스트'란  존재를 기독교와 연계시켜서 설명하고 있는데, 영화는 종교계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교회를 매지스테리움이라는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변경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이 영화의 핵심일수도 있는 '더스트'라는 것의 물음에 대한 답이 너무 간단하고, 모호하게 정의되버립니다.

황금나침반
영화는 원작 소설의 한권이지만, 방대한 내용을 2시간도 안되는 분량에 모두 넣으려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각 사건들, 사건 진행의 깊이가 얕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건들을 그대로 우겨넣다보니 전개 역시 지나치게 듬성듬성하고 빠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구요. 그러다보니 세세한 부분들이 약간씩 생략되고는 하는데, 엔딩을 향해 가는 부분에서 왜 라이라가 아스리엘경에게 황금나침반을 가져다주려하는지가 영화 상에서는 그간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아 뜬금없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여러가지 일례 중 한 예입니다.) 후반부에 원작의 순서를 바꾼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내용은 원작에 충실한데, 마지막 엔딩을 날려버리고 끊어버리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를 모르겠습니다.(2부의 오프닝으로 등장한다고는 합니다만, 개인적 견해로는 1부에서 등장시키는 것이 2부의 호기심 자극이라는 면에서도 더 좋았을 듯 합니다.)

또한, 영화를 이끄는 이는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라이라역을 맡은 다코타 블루 리차드로 잡지에서는 '제2의 다코타 패닝'이라는 호칭을 붙였던데, 이 소녀가 라이라 배역을 맡기에는 그 재능의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나름대로 경쟁률 높은 오디션을 거쳤을텐데 말이죠. 드라마나 영화든 아역의 연기가 빛날 경우 극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처럼 아역이 중심에 있는 영화에서 그 아역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또다른 큰 미스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지나치더라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인 볼거리는 어떨까요. 불행하게도 볼거리면에서도 그나지 크게 감흥을 줄만한 모습은 아닙니다. 하기는 다른 영화에서는 거대로봇이 이리저리 변신하는 마당에 왠만한 비쥬얼은 그렇게 눈에 띄어보이지도 않겠지만, 현재의 헐리우드의 그래픽 수준으로는 그렇게 획기적이지도 않고 평이합니다. 전체관람가 등급에 맞는 수준의 긴장감 조성과 액션 장면 역시 마이너스 요소이구요.

"황금나침반"은 말그대로 북미에서의 처참한 흥행성적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2008년, 2009년에 연달아 후속작을 개봉할 예정 같은데, 심히 우려가 됩니다. 흥행성적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고, 더군다나 이 1편이 앞으로의 후속작의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위에 말했던 배경설명, 캐릭터 구성면에서도 그다지 좋지 않아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실한 받침대를 딛고 일어서면 그 결과는 뻔하니까요.

이처럼 크리스 웨이츠는 결코 피터 잭슨이 될 수 없었습니다. 예고편에서 반지가 황금나침반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2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꿈꿨던 뉴라인시네마의 꿈은 날아간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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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4 - [Movie/News] - "황금나침반", 9종의 캐릭터 포스터 공개
2007/10/11 - [Movie/News] - 니콜 키드먼의 "황금나침반" 최종 포스터 2장 공개
2007/10/10 - [Movie/News] - 니콜 키드먼의 "황금나침반" 예고편 공개

5년만에 돌아온 "색즉시공 시즌2"는 전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후속작입니다.

"색즉시공"에도 출연했던 조연 배우들은 그 후, 코믹배우의 이미지가 각인되어서 기타 다른 작품에서도 그 이미지의 배역을 계속 연기해왔었고, 심하게는 그로 인해 질린다는 느낌까지 들게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 배우들이 전작의 배역들을 후속작에서 소화하려다보니, 좀 더 세게, 좀 더 강하게 하려던 듯한 느낌이지만 (어차피 울궈먹을대로 울궈먹은 비슷한 캐릭터로) 웃겨보겠다고 억지로 있는대로 망가지려고 노력하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움만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그런 배우들의 안쓰러움만큼 웃음을 주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역시나 전작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뻔한 웃음코드만을 생산해내는 영화는 '웃겨라도 줘' 라는 희망마저 날려버립니다. 영화대사 중의  "그게 웃기냐? 응?"을 그대로 돌려서 스크린에 내뱉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색즉시공 시즌 2
거기에 더해 이 영화는 한국코메디 영화의 고질적인 그 틀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초중반은 웃기고, 후반은 억지로라도 감동이라도 줘볼까. 하는 그 방식말입니다. 그런 코메디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끊임없이 망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는 마치, 통속적인 아침드라마(...설마 지금 시대에도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에나 나올 법한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대사까지 똑같아요. '내 딸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자네가 물러나주게' 류의 대사. 그 후 전개되는 뻔한 상황.

이 영화는 마치 한국영화의 온갖 총체적인 문제점을 다 떠안고 있는듯 보입니다. 얼마전, 한국영화와 관련된 글에서 모 영화의 경우 애드립 잘치는 배우 데려다 놓고 대본에는 딸랑 '애드립'이라고 적어놓고는 촬영하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영화가 아닐까 의심해봅니다.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제발 관객탓 하지 말고, 자신들을 좀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정말 재밌는, 그래서 극장에서 보고 만족할 수 있는 그런 한국 영화들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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